"그 사람, 경청을 참 잘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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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모습이 그려지는가? 적극적인 리액션을 보여주는 사람 혹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주는 사람?
경청은 침묵을 지키면서 말한 내용을 듣거나, 상대방이 말하는 내용에 대해 언어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대화에서 경청이 중요하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 어떻게 경청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다. 본인이 경청했다고 생각하는 대화의 경험들을 떠올려보자. 그리고 아래 20개 항목을 읽고 경청에 해당하는 행동의 번호를 적어보자. 아래에 정답이 있다.
경청일까 아닐까?
1. 명령하기
2. 경고하기
3. 주의 주기
4. 충고하기
5. 제안하기
6. 해결책을 제시하기
7. 논리적으로 설득하기
8.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말하기
9. 동의하지 않기
10. 판단하기
11. 유머
12. 승인하기
13. 칭찬하기
14. 주제 바꾸기
15. 해석하기
16. 분석하기
17. 안심시키기
18. 동정하기
19. 위로하기
20. 질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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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모두 경청이 아니다. 위 모든 반응은 저명한 심리학자 Thomas Gorden가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흔히 주고받지만 경청이 아닌 것들이다. 그렇다고 위에 나온 반응을 하는 것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각 반응이 필요한 때와 장소가 있지만, 경청과 다르다는 것이다. 위 반응들은 이야기하는 사람 중심이라기보다 듣는 사람을 중심적이어서 자기 탐색을 방해하고 듣는 사람의 말에 새롭게 반응하게끔 한다.
얼마 전 사내 게시판에 '매력 없는 대화법'에 대한 고민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대화를 할 때 본인이나 가족, 친구에 대한 얘기를 빗대어 이야기한다고 한다.
A: 비가 많이 와서 오늘 지각했다.
B: 제 친구도 얼마 전에 그랬다고 얘기 들었는데 많이 힘들어하더라고요.
글쓴이가 상대방에게 경청한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관계와 맥락에 따라 다르지만) 내가 이해할 수 있다는 능력을 표현하는 14번 주제 바꾸기에 대한 위험성이 있다. 요약하면 나름대로 좋은 의도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었겠지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반영적 경청
우선 앞에 나온 반응을 피하는 것이 좋다. 심리학계에서는 말하는 사람의 의미하는 바를 추측하는 행동, '반영적 경청(Reflective Listening)'을 추천한다. 의사소통은 아래와 같은 단계로 이루어진다.
의사소통이 잘못 이루어질 수 있는 세 가지 단계는 표현(부호화 하기), 듣기, 해석하기이다. 반영적 경청자는 원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논리적으로 추측하고 평서문의 형태로 추측을 표현한다.
반영의 종류
반영적 경청은 깊이에 따라 단순 반영(simple refelction)과 복합 반영(complex reflection)으로 나눌 수 있다. 단순 반영은 발화자가 말한 것에 말을 붙이지 않고 말한 내용을 반복하는 것이다.
발화자: 오늘 기분이 많이 우울해요.
단순 반영: 우울하시군요. / 약간 우울하시군요. / 굉장히 우울하시군요.
복합 반영은 발화자가 한 말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거나 강조하는 것으로, 말하지 않은 내용이나 다음에 말할 내용을 추론하는 것이다.
발화자: 오늘 기분이 많이 우울해요
복합 반영: 지난번 만난 이후에 무슨 일이 있었나 봐요.
복합 반영은 대화를 진전시키는 경향이 있다. 다만 발화자가 의미하는 것을 너무 많이 뛰어넘어 추론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연습하기
반영은 습득 가능하며 연습을 통해 훈련될 수 있다. 먼저 반영적으로 생각하는 훈련을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말은 다양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특히 '우울함'이나 '불안한'과 같은 감정 단어들은 사람마다 매우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어떤 사람이 회사에서 "집에 가고 싶다"라고 했을 때 이는 어떤 의미일까? 많은 가능성이 있다.
"체력적으로 지치네요. 집에 가서 쉬고 싶어요."
"오늘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기대가 돼요."
"지금 매우 졸리네요."
"잠시 후에 다가올 회의가 부담이 돼요."
"저 사람과 함께 있는 게 싫어요."
반영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단 하나의 해석을 하고 상대방에게서 들은 것을 다 이해했다고 가정하는 게 아니라 추측하고 확인하는 것이다.
더 효과적인 연습을 위해 일상생활에서 반영적 진술을 하고 반응을 확인해볼 수 있다. "음.. 그건 아닌데요", "그게 아니라" 등의 반응이 나왔다면 제대로 추측하지 못했다는 신호다. 반대로 "맞아요", "그렇죠!" 등의 반응이 나온다면 의미를 잘 추측했다고 생각해도 된다.
좋은 반영은 상대방과의 관계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 또 좋은 반영은 주어만 바꾸면 독백이 될 수 있다.
발화자: 오늘 시험이 끝났어요.
복합 반영: 그래서 기쁘시군요.
발화자: 네, 끝나길 바랐어요.
복합 반영: 준비를 열심히 하셨나 봐요.
발화자: 그럼요. 이번 시험이 정말 중요했거든요.
(독백) 오늘 시험이 끝났어요. 그래서 정말 기뻐요. 시험이 끝나길 바랐어요. 준비를 열심히 했거든요. 이번 시험이 제게 정말 중요했어요.
만약 제대로 추측하지 못하게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일반적으로 그것이 어떤 의미였는지 명료화하면서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잘못 추측한 것에 대해서 어떠한 불이익도 없다. 직접 연습해보면 알게 된다. 물론 완전히 어긋난 반영을 연달아하면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주의할 점
퀴즈 20번 질문하기는 왜 경청하기가 아닐까? 스스로에 대해 설명하고 의미를 말하도록 질문할 때 발화자는 한발 물러서서 스스로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한다. 표현한 것을 실제로 하고 있는지, 느끼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한다. 이로서 이야기하고 있던 경험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또 질문하기보다 평서문의 형태로 반응할 때 방어를 덜 발생시키고 자기 탐색을 계속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질문을 하고 싶어도 괜찮다. 모든 질문은 반영적 질문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발화자: 집에 가고 싶어요.
나: ("당신의 의미하는 바는 지금 피곤하다는 건가요?"라고 묻고 싶다. 이건 질문이니까 당신이라는 주어를 넣고 평서문으로 "당신은 지금 피곤하군요."라고 표현해야지.) 지금 피곤하신가 보네요.
참고자료
William R. Miller, Stephen Rollnick, 동기강화 상담 - 변화 함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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