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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

비폭력 대화에서 말하는 '연민'의 뜻

비폭력 대화(Nonviolent Communication, NVC)라는 대화 방법이 있다. '비폭력'이라는 말은 간디가 사용한 것과 같은 뜻으로 우리 마음 안에서 폭력이 가라앉고 자연스럽게 본성인 연민으로 돌아간 상태를 가리킨다. 우리는 전혀 '폭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말할 때에도 종종 본의 아니게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마음을 아프게 한다. NVC는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도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주는 대화의 방법으로, 어떤 곳에서는 '연민의 대화(Compassionate Communication)'라고 부르기도 한다.[1]

 

최근 비폭력 대화 연습 모임을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되었다. 모임 중 '연민'이라는 말을 평소에 사용하지 않아서 어떤 뜻인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마침 오늘 다른 책을 읽다가 연민에 대한 정의를 발견했다. 비폭력 대화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연민은 다른 사람의 고통에 대한 관심과 보살핌을 경험하는 일반적인 정의에서 그 개인의 행복을 위해 일하는 것을 포함하는 정의로 확장된다. 실제로 Miller와 Rollnick(2013)은 연민을 "상대방의 복지와 최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의도적인 약속"이라고 묘사한다.[3]

 

한국에서 사용하는 연민과 동정과는 다르게 사용되는 것 같아서 영어 사전도 찾아봤다. Compassionate는 "If you describe someone or something as compassionate, you mean that they feel or show pity, sympathy, and understanding for people who are suffering."라고 표현되어 있다. 예문을 보면 더 이해가 쉽다.

 

* My mother is compassionate and gentle.

  어머니는 자비롭고 온화하신 분이다

 

* In 2000 George Bush used the slogan“ compassionate conservatism” to try to win over voters.

  2000년 부시 대통령은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온정적 보수주의’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 a compassionate allowance / compassionate leave

  특별 수당. / 특별 휴가.

 

개인적인 경험을 떠올렸을 때 연민을 '상대방을 나와 같은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이라 정의하고 싶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매우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그의 행동이 잘 이해가 되지 않고 프로젝트를 망치려는 것만 같다. 내가 싫은건 아닌지 의심이 된다. 어느 날 밤 그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그리고 나에게 '일을 잘 해내고 싶어서 그랬는데, 제가 마음이 너무 앞섰나봐요. 죄송합니다...' 라며 진지하게 사과한다. 이 때 느껴지는 나의 마음 '아 이 분도 나와 같은 사람이구나.' 하는 그 마음을 연민이라 부르고 싶다. 

 

[1] 마셜 B. 로젠버그, 캐서린 한, <비폭력 대화:일상에서 쓰는 평화와 공감의 언어>, 한국NVC센터, 2017

[2] David B.Rosengren, 신성만 외, <동기강화상담 기술훈련 실무자 워크북>, 박학사, 2020

[3] Miller, W. R., & Rollnick, S. (2013). L’entretien motivationnel. Aider la personne à engager le changemen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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