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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

도움을 주고자 하는 선한 의도의 함정

많은 사람들이 타인을 돕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면 그 결과도 좋으리라 기대한다. 진심은 통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친한 친구가 건강이 나빠져서 살을 빼야 할까 고민이 된다며 상담을 요청했다고 해보자. 그리고 내가 아래의 보기 중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그 친구가 실제로 다이어트를 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지 생각해보라.

 

1. 상대방이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설득시키는 것

2. 변화의 이점을 주장하는 것

3. 상대방에게 변화의 방법을 말해주는 것

4. 변화하지 않았을 때의 결과에 대해 경고하는 것

 

 

정답은 4개 행동 모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상담 분야의 연구에 의하면 변화를 지지하는 상담자의 태도가 오히려 내담자의 저항을 증가시켜 결국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감소시킨다는 결과가 있다. 이를 '교정 반사'라고 부른다.

 

타인을 돕고자 하는 욕구는 문제점을 발견하고 개선하고자 노력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동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상담자는 종종 내담자들과 상황이 바뀌어서 그들이 더 행복하고 생산적인 삶을 살게 되기를 바란다. 이런 결과를 기대하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양가감정의 가능성을 고려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내담자들은 기본적으로 변화에 대해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때는 변화가 꼭 필요하거나 혹은 그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조차 생각하지 못할 수 있다.  결국 우리가 내담자를 변화로 몰아세울 때, 내담자는 양가감정은 압박을 받게 된다. 내담자의 저항 강도가 높아지는 것을 볼 때 상담자는 자신의 행동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 그 행동을 바꿀 필요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에 대한 경험이 여럿 떠오른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고등학교 때 친구가 뭘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 친구의 실제 행동은 그렇지 않아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위에 나온 1, 2, 3, 4번을 차례로 이야기했다. 결과는 역시 실패였다. 친구는 벙쪘고 나는 계속 답답했다. 지나고 보니 '내가 잘못했구나'하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만 들었다. 

 

반대 경우도 있다. 내가 원하지 않는데 도움을 주겠다고 아득바득 열을 내던 사람이 있다. 마치 길에서 전도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내가 심각한 죄인이라 도움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달까. 지금 생각해도 불쾌한 경험이었다.

 

그렇다면 양가감정을 인정하면서 타인의 변화를 돕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 글에 이어 작성하겠다.

 

참고자료: David B.Rosengren, 신성만 외, <동기강화상담 기술훈련 실무자 워크북>, 박학사,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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